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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지도전쟁,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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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거루 작성일17-01-16 18:37 조회2,7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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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기자 입력 2017.01.04 15:07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인텔의 '히어' 투자를 보며


(지디넷코리아=김익현 기자)“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또 얼마나 행복했을까?”

헝가리 출신 마르크스주의 문예비평가 게오르그 루카치가 쓴 ’소설의 이론’ 첫 머리를 장식한 문장이다. 조금은 낭만적인 냄새까지 풍기는 저 문장은 소설이 왜 근대 이후에 제대로 융성하게 됐는지를 탐구하는 열쇠 역할을 해 준다.

개인과 세계 간의 모순이 없던 시대. 이른바 ‘총체성’이 유지되던 시대를 대표하는 장르는 ‘시’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 서사시가 융성했던 건 그 때문이다.

그럼 소설은 뭘까? 총체성이 깨진 사회에 살고 있는 개인은 정신적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 여행의 기록이 바로 소설이다. 근대 이후에야 소설이 제 자리를 잡은 건 그 때문이다.

다시 루카치의 문장으로 돌아가보자. 조금은 애매하게 번역된 저 문장은 ’별이 빛나는 창공이 지도 역할을 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별빛이 길잡이였던 시대를 동경하는 마음을 담은 문장이다.

굳이 루카치처럼 복잡한 이론가를 들먹일 것까지도 없다. 매년 성탄절마다 접하는 ‘동방박사 설화’를 떠올려도 된다. 역시 별을 지도 삼아 목적지를 찾았던 행복한 세대의 얘기를 잘 보여준다.

■ 동방박사의 별→정교한 디지털 지도로 진화?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더 이상 ‘별’이나 ‘창공’은 길라잡이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정확한 좌표를 찾는데는 한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지도이다.

근대 이후 지도는 세력 확장을 꾀하는 제국주의의 필수품이었다. 1602년 마테오 리치가 작성한 ‘곤여만국전도’를 비롯한 수 많은 세계 지도는 동방정책을 펼치는 열강들에겐 별빛이나 다름 없었다.

위성이 전 세계를 비춰주는 시대가 되면서 지도가 예전 같은 무게를 갖지 못하게 됐다. 세계 구석구석을 비춰주는 위성과 촘촘하게 작성된 지도 덕분에 이젠 무기가 아니라 생활용품의 영역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와 자아가 또 다시 분화되면서 ‘지도전쟁’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근대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젠 경쟁 주체가 국가가 아니라 개별 기업이란 점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된 이유는 뭘까? 루카치의 말처럼 자아와 세계 간의 불일치가 더 심화된 걸까? 어쩌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젠 지도를 읽는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자율주행차다. 여기에다 각종 위치기반 서비스들 역시 지도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 지난 해 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던 ‘포켓몬 고’를 봐도 이런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엔 ‘상대적으로 두루뭉수리한’ 지도는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다. 이젠 센티미터(cm) 단위까지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21세기 지도전쟁은 바로 그 부분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이다.

몇 년 전 애플은 ‘지도대란’에 휘말린 적 있다. 구글맵 대신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지도를 사용하려다 생긴 대란이었다. 애플이 채 영글지도 않은 자체 지도를 서둘러 탑재한 것 역시 지도주권을 확보해야만 장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 때문이었다.

지난 해 국내 IT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구글 지도반출 요구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제 아무리 오픈소스 시대라고 하더라도 국가 차원의 ‘지도주권 확보’는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 인텔+히어의 결합, 디지털 영토확장 신호탄?

이런 장황한 생각을 하게 된 건 오늘 외신을 통해 들려온 소식 덕분이다. 인텔이 디지털 지도 및 위치기반 전문업체 히어(HERE) 지분 15%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잘 아는대로 히어는 원래 노키아의 지도 서비스 사업부문이었다. 하지만 노키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2015년 12월 BMW를 비롯한 독일 자동차 3사 손에 들어갔다. 자동차업체들 역시 지도가 차세대 서비스이 근간이 될 것이란 판단에 따라 25억 유로 가량의 거액을 흔쾌히 투자했다.

인텔이 히어에 지분 투자를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앞으로 인텔은 히어와 손잡고 자율주행차용 범용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용 범용 솔루션 개발하는 데 왜 ‘히어’의 기술이 필요했을까? 포춘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히어의 차세대 지도 애플리케이션은 수 센티미터 수준까지 안내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술이 수 미터 범위까지 안내해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100배 이상 더 정밀해진다는 얘기다.

세계와 자아가 하나이던 시대엔 ‘별빛’만으로도 충분했다. 세계가 분화되면서 우린 ‘수 킬로미터’ 인근까지 안내해줄 수 있는 지도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 지도가 디지털 서비스와 결합되면서 조금씩 더 정밀해지기 시작했다.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은 꽤 정확한 지점까지 안내해준다.

하지만 인간 대신 기계와 지도가 직접 소통하는 21세기엔 ‘핀포인트 컨트롤’이 필요하다. 노키아의 손을 거쳐 BMW, 아우디,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3사 손에 넘어간 히어의 약진, 그리고 세계적인 반도체업체 인텔마저 히어와 손을 잡는 현실이 예사로워보이지 않는다.

다시 문제는 지도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어떤 예감이 강하게 몰려오는 건 그 때문이다.

김익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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